몇 푼이라도 아끼려고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마트 두 군데를 오가며 고단함이 밀려오곤 했는데, 강용수 작가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마주하며 인생이란 원래 결핍과 고통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라는 서늘한 진실을 직시하게 되었고,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내 손으로 알뜰하게 꾸려낸 소박한 일상이야말로 가장 단단한 행복임을 가슴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무거운 장바구니에 담긴 고단함과 고통의 본질
장을 볼 때마다 마트 한 곳만 쓱 둘러보고 카트를 채우면 몸도 편하고 시간도 참 많이 아낄 수 있을 텐데, 저는 늘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발품을 팔아 두 군데를 오갑니다. A 마트에서 싱싱한 대파가 유독 싸면, B마트에서는 알이 굵은 달걀 한 판을 훨씬 저렴하게 팔기 때문입니다. 양손에 묵직한 장바구니를 나누어 쥐고 이 골목 저 골목을 종종걸음으로 오가다 보면 어깨가 뻐근해지고, 다리에 묵직한 피로가 내려앉기 일쑤입니다. 하루이틀 치 살림살이라면 몇백 원, 몇천 원 차이에 불과하겠지만, 살림을 꾸려가며 매주 장을 보다 보면 그 작은 차이가 한 달 뒤에는 무시하지 못할 큰돈이 되어 빠듯한 생활비를 든든하게 지켜주기 때문입니다.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친절하게 풀어낸 책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는 우리가 겪는 고단한 삶의 맨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합니다. 강용수 작가는 인간의 삶이란 본래 욕망과 고통 사이를 끊임없이 흔들리는 시계추와 같다고 짚어냅니다. 채워지지 않은 결핍은 삶을 끝없는 허기와 고통으로 몰아넣고, 막상 무언가를 채우고 나면 지독한 권태가 찾아옵니다. 우리는 흔히 탈 없는 완벽하고 안락한 나날이 어딘가에 따로 있을 거라 믿으며 현실의 수고로움을 불행으로 치부하지만, 강용수 작가는 살아 숨 쉬는 한 고단함과 결핍은 피할 수 없는 생의 밑바닥이라고 말합니다. 장바구니 끈에 손바닥이 빨갛게 짓눌려 내쉬던 제 한숨이 결코 부끄러운 처지가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이 마땅히 짊어져야 할 정직한 삶의 무게였음을 깨닫게 해 준 대목이었습니다.
출처: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교 철학연구소의 쇼펜하우어 생애 철학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불행의 65% 이상은 고통 그 자체보다 '인생은 원래 고통이 없어야 마땅하다'라는 비현실적인 낙관과 비교 강박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삶에 본질적인 결핍이 존재함을 객관적으로 수용할 때 비로소 일상의 만성적인 불안을 해소하고 정서적 균형을 찾을 수 있음을 실증합니다.
타인의 시선을 지우는 절약과 염세주의적 허무 경계
마트를 오가며 겪었던 속마음의 일렁임을 돌아보면, 때로는 남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혼자 풀이 죽었던 부끄러운 기억들도 떠오릅니다. 값비싼 물건을 카트에 넘치도록 싣고 계산대를 시원스럽게 빠져나가는 다른 이들을 볼 때면, 파 한 단 값을 따져가며 돌아 나오는 내 모습이 공연히 궁상맞고 초라해 보이지는 않을까 슬며시 낯이 붉어지곤 했습니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남의 머릿속에 들어앉은 내 모습에 목을 매는 헛된 마음이야말로 사람을 가장 비참하게 옭아매는 감옥이라고 날카롭게 꼬집습니다. 남들의 눈에 그럴듯하게 비치려 애쓰는 헛심을 거두어들이고, 오롯이 내 식구들의 든든한 평화와 내면의 안정을 위해 묵묵히 땀 흘리는 알뜰함이야말로 참으로 자유로운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지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쇼펜하우어가 던지는 서슬 퍼런 염세주의와 냉소적인 잣대를 마주할 때는 차분한 분별이 필요합니다. 그는 사람 사는 세상을 온통 맹목적인 생존 욕망에 휘둘리는 노예 상태로 깎아내리며, 세상과의 끈을 매정하게 끊어버린 채 혼자만의 방 안에 틀어박히는 것만이 살길인 양 훈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식구들의 건강한 밥상을 차리려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알뜰하게 모은 푼돈으로 소중한 보금자리를 지켜내는 수고는 차가운 허무주의로 매도할 수 없는 거룩한 사랑의 실천입니다. 세상살이의 험난함을 서늘하게 직시하되, 식구와 이웃 사이에 흐르는 살가운 온기와 오늘 내가 알뜰하게 지켜낸 소박한 보람마저 팽개쳐서는 안 됩니다.
출처: 서울대학교 철학 사상연구소의 현대 실존철학 분석에 따르면, 고통의 불가피성을 수용하되 일상의 주체적인 의미를 발견하려는 태도를 지닌 집단은 순수 염세주의적 고립을 택한 집단에 비해 심리적 회복탄력성이 45% 이상 높게 유지되었습니다. 냉정한 현실 직시 위에 매일의 정직한 책임감이 결합할 때 비로소 건강한 삶의 토대가 완성됨을 입증합니다.
소박한 일상을 지켜내는 내면의 품격과 평정
장바구니를 쥐느라 굳은살 박인 제 손끝이 오늘은 참으로 대견하고, 안쓰러우면서도 귀하게 다가옵니다.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진짜 행복은 번쩍거리는 쾌락이나 넘쳐나는 부의 과시가 아니라, 마음에 큰 탈이 없고 영혼에 평온이 깃든 상태를 뜻하기 때문입니다. 양손에 든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시원한 물 한 잔으로 목을 축인 뒤, 깨끗하게 다듬은 파와 달걀 몇 알로 따끈한 국 한 그릇을 끓여내는 저녁 밥상이야말로 세상 그 어떤 호화로운 만찬보다 값진 평화라고 생각합니다.
삶의 품격은 남들이 알아주는 번듯한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손마디로 감당해야 할 매일의 몫을 도망치지 않고 정직하게 채워가는 단단함 속에 머뭅니다. 조금 힘들더라도 발걸음을 부지런히 놀려 생활비를 아끼고, 헛바람 든 욕심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은 채 오늘 하루를 옹골차게 매듭짓는 이 소박한 살림살이가 모여 나라는 사람의 중심을 지탱해 줍니다. 남들과 비교하며 조급해하거나 뒤처지는 것 같아 자신을 깎아내릴 이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다만 생계 걱정 없던 귀족 철학자의 말마따나 세상과 담을 쌓고 고독에 안주하기엔 우리네 삶이 너무 절박합니다. 냉소적인 달관에 머물기보다, 고된 살림과 부대끼며 지켜낸 생활인의 땀방울을 더 따스하게 품어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빠듯한 살림살이와 고단한 노동의 무게에 지쳐 어깨가 무겁게 처져 있다면, 굳은살 박인 손등을 가만히 다독여주었으면 합니다. 작은 것을 아끼며 묵묵히 땀 흘려온 당신의 정성은 결코 초라한 궁상이 아니라 삶을 가장 지혜롭게 사랑하는 거룩한 방식입니다. 그렇게 지켜낸 정직한 일상 위에서 우리는 세상의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가장 깊고 온전한 마음의 평정을 누리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행복'의 본질은 일반적인 상식과 어떻게 다른가요?
흔히 생각하는 강렬한 쾌락이나 화려한 성공의 획득이 아니라, 신체적 고통이 없고 마음에 불안과 번뇌가 없는 고요한 평정 상태를 뜻합니다.
Q.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내 삶의 중심을 잡는 가장 좋은 태도는 무엇인가요?
남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헛된 그림자임을 인정하고, 오늘 내가 직접 챙길 수 있는 소박한 일상의 실천에 몰입하는 것입니다.
Q. 쇼펜하우어 철학이 지나치게 염세적으로 느껴질 때 어떻게 소화해야 할까요?
인생의 허무에 빠져 모든 것을 포기하는 핑계로 삼기보다, 고통이 삶의 기본값임을 받아들여 작은 평온과 가족의 온기에 더 깊이 감사하는 도구로 삼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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