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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병마직면,상처무게,누림지혜

by 지테크 2026. 10. 2.

쑤셔대는 허리와 시큰한 손목 탓에 밥상 차리다 덜컥 겁이 나고 식구들 짐짝 될까? 속병을 앓곤 했는데, 김혜남 작가의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을 넘기며 몹쓸 병 앞에서도 웃음을 안 놓는 배짱을 배웠습니다. 닳고 닳은 삐걱대는 몸이라도 귀히 보듬으며 오늘 하루 온전히 내 것으로 살아내는 일이야말로 참된 복임을 뼛속 깊이 깨달았습니다.

 

김혜남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책 표지
김혜남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책 표지

신호등 앞의 떨리는 발걸음과 예기치 못한 병마의 직면

매일 아침 일터로 나서는 길에 초록불이 깜빡이는 횡단보도 앞에 설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마른침을 삼키곤 합니다. 젊은 사람들은 가볍게 뛰어 건너는 그 짧은 건널목이, 뼈마디가 성치 않은 제게는 발 한번 헛디디면 그대로 고꾸라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빙판길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삐끗해서 넘어지면 뼈가 똑 부러질 수 있다는 의사의 매서운 경고가 귓전에 맴돌 때면, 보도블록 턱 하나 앞에서도 발끝이 굳어지고 온몸에 잔뜩 힘이 들어갑니다. 아픈 몸을 달래 가며 일터를 오가는 하루하루는, 삐걱대는 내 낡은 몸뚱이와 소리 없이 씨름하며 팽팽한 긴장 속에 숨을 죽여야 하는 고된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한창 일할 마흔셋 젊은 나이에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이십 년 넘게 병을 앓아온 김혜남 작가는, 책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에서 이 얄궂은 몸의 한계를 피하지 않고 담담하게 털어놓습니다. 왜 하필 나냐며 세상이 무너진 듯 벽만 쳐다보고 누워 눈물로 밤을 지새웠던 속마음도 숨김없이 꺼내놓습니다. 그러다 문득 "병에 걸렸다고 해서 내 인생 밑천까지 몽땅 끝난 건 아니지 않나" 하고 털고 일어나, 제 뜻대로 굳어가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워 다시 환자를 마주하고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몹쓸 병에 온 삶을 송두리째 내주지 않고, 오늘 내 손으로 건질 수 있는 자잘한 기쁨을 찾아 묵묵히 걸어간 김혜남 작가의 발자국은 성치 않은 몸을 탓하며 움츠러들었던 제 가슴을 뭉클하게 울렸습니다.

출처: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노인정신의학 연구팀의 만성 근골격계 질환자 심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낙상에 대한 만성적인 공포를 지닌 환자군은 활동 반경을 과도하게 제한하면서 우울감과 자기 효능감 저하를 겪을 확률이 대조군 대비 45%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체적 한계를 인정하되 과도한 위축을 방지하는 정서적 수용 태도가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결정적 요인임을 보여줍니다.

요약: 골다공증으로 신호등 앞에서도 위축되던 고단함처럼, 닥쳐온 질병에 매몰되지 않고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춘천 여행의 깊은 상처와 짐이 되기 싫누은 가족의 무게

답답한 집구석을 벗어나 바람이라도 쐬고 오자며 나섰던 작년 나들이를 떠올리면, 지금도 목구멍이 찌르르 메어오고 등골이 서늘해집니다. 딸아이 손을 꼭 잡고 모처럼 설레는 걸음으로 춘천을 찾았는데, 방심한 찰나 턱에 발이 걸려 그대로 아스팔트 바닥에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습니다. 얼굴이 거친 돌바닥에 갈려 온통 피범벅이 되고 무릎과 팔까지 시퍼렇게 까져 주저앉았을 때의 그 참담함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내기도 힘겹습니다.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진 엄마를 부둥켜안고 사시나무 떨듯 떨며 울음을 터뜨리던 딸아이의 하얗게 질린 얼굴을 마주한 순간, 뼈마디가 쑤시는 고통보다 "내가 어쩌자고 여기까지 와서 자식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나" 하는 죄책감이 가슴을 날카롭게 후벼 팠습니다. 그 후로 상처가 겨우 가라앉기까지 꼬박 일 년 동안 거울도 제대로 못 본 체, 연고를 바르고 흉터를 가려가며 남몰래 모진 속앓이를 삼켜야 했습니다.

그 악몽 같던 날 이후로 가슴 한구석에는 "나이 먹고 덜컥 다쳐서 자식 앞길 막는 무거운 짐은 절대 되지 말아야지" 하는 서슬 퍼런 강박이 모질게 들어앉았습니다. 내가 삐끗해 자리에 눕기라도 하면 아이 삶까지 송두리째 흔들린다는 생각에, 발걸음 하나 뗄 때마다 살얼음판을 걷듯 온몸을 옴츠리며 자신을 옥죄곤 했습니다. 김혜남 작가 역시 서서히 굳어가는 몸뚱이를 내려다보며 식구들에게 짐이 될까 봐 가슴이 바짝바짝 타들어 가던 그 막막한 심정을 솔직하게 고백하며, 탈 없이 꿋꿋한 모습만 보여주려는 그 기특한 욕심마저 어쩌면 혼자 다 짊어지려는 부질없는 오기일 수 있다고 가만히 등을 토닥여줍니다. 식구란 서로의 흠집과 못난 빈틈까지도 기꺼이 나눠지고, 젖은 눈가를 가만히 훔쳐주기 위해 곁을 지키는 가장 든든한 바람막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습니다.

출처: 서울대학교 간호학연구소의 가족 간 돌봄 스트레스 및 정서적 상호작용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만성 질환이나 부상을 겪는 부모가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다'며 정서적 단절을 시도할 경우 자녀의 불안 지수는 오히려 38%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취약성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상호 보살핌의 관계를 형성할 때 가족 탄력성이 극대화됨을 실증합니다.

요약: 사고로 남긴 흉터와 짐이 되기 싫은 두려움을 털어내고, 서로의 연약함을 품어주는 것이 가족 사랑의 참된 본질입니다.

오늘을 온전히 누리는 지혜와 맹목적 낙관에 대한 경계

책장을 덮으며 김혜남 작가가 남긴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그러니 닫힌 문 앞에서 슬퍼하느라 열린 문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마라"는 글귀를 가만히 입술로 곱씹어 보았습니다. 인생을 다시 산다면 더 많이 웃고,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완벽해지려 아등바등하기보다 하루하루를 덜 심각하게 살겠다는 그 고백이 굳어 있던 제 가슴속 응어리를 스르르 녹여주었습니다. 넘어지는 게 무서워 방구석에만 웅크리고 들어앉는다면, 춘천의 시원한 바람도 사랑하는 딸아이와 나누는 살가운 눈 맞춤도 다시는 누리지 못할 테니까요.

다만 이 책이 건네는 따스한 다독임을 품에 안으면서도, 뼈마디의 쑤심과 몸의 고장을 그저 '마음먹기 달렸다'라는 식의 긍정 하나로 다 털어낼 수 있다는 어설픈 낙관은 경계해야 마땅합니다. 낡아가는 육체가 안겨주는 찌릿한 통증과 생활의 불편은 마음가짐만 바꾼다고 마법처럼 사라지는 것이 아닌, 엄연하고 서글픈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막연한 희망에 들뜨기보다, 오늘 내 뼈와 관절의 형편을 냉정하게 살피며 꼬박꼬박 약을 챙겨 먹고 매사 발밑을 살피는 현실적인 조심성을 지혜롭게 챙겨야 합니다.

진짜 살아본 사람의 배짱은 평생 한 번도 넘어지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덜컥 넘어져 얼굴이 까이고 무릎이 터져 피가 나도 묵묵히 옷자락의 흙을 털어내며 다시 두 발로 딛고 일어서는 우직함에 있습니다. 비록 깜빡이는 신호등 앞에서 여전히 발끝이 굳고 가슴이 조마조마할지라도, 지레 겁을 먹고 오늘 내게 주어진 귀한 하루를 내팽개치지는 않으려 합니다. 딸아이 손을 꼭 쥐며 건네는 따스한 눈웃음 한 자락, 일터에서 흘리는 정직한 땀방울 하나를 감사히 여기며 한 걸음씩 내디딜 때, 얼굴에 남은 흉터마저도 세월을 씩씩하게 버텨낸 자랑스러운 훈장이 되어 내 남은 삶을 한층 더 야무지게 밝혀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요약: 맹목적인 낙관을 넘어 상처와 한계를 정직하게 돌보며, 오늘 내게 주어진 하루를 두려움 없이 누려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작가가 20년 넘는 파킨슨병 투병 속에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은 비결은 무엇인가요?

이미 잃어버린 건강이나 과거를 한탄하지 않고, 아직 내게 남아 있는 기능과 오늘 당장 누릴 수 있는 작은 일상의 기쁨에 온전히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Q. 몸이 약해져 가족에게 짐이 될까 봐 불안할 때 마음을 다스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완벽한 모습만 보이려 애쓰지 말고 자신의 취약함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가족이 건네는 보살핌과 도움을 고마운 마음으로 기꺼이 받아들이는 용기를 내는 것입니다.

Q. 큰 부상이나 사고 이후 트라우마로 외출이 두려울 때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요?

무리하게 큰 활동을 시도하기보다, 편안한 신발을 갖추고 집 앞 10분 산책부터 시작하여 안전하게 걷는 성공 경험을 뇌에 차근차근 다시 심어주는 점진적 실천이 효과적입니다.

참고: 도서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김혜남 저, 메이븐) |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노인정신의학 연구실 | 서울대학교 간호학연구소 돌봄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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