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모진 투병을 겪으며 억척스러운 어머니로 살았는데, 데미안을 읽으며 생명이 자라려면 알을 깨는 아픔이 필수임을 깨달았습니다. 남들의 기대에 맞추려던 삶에서 벗어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이제는 과보호의 껍질을 벗고 자식 스스로 걸어갈 성장의 길을 묵묵히 지켜보는 것이 참된 사랑임을 배웁니다.

핏덩이 아들의 투병과 삶의 전환기
돌아보면 아이를 품에 안고 길러내던 그 시절은 한순간도 마음 편히 다리를 뻗고 잘 수가 없었던 살얼음판의 연속이었습니다. 아들은 날 때부터 유독 몸이 약해 숨이 넘어가도록 기침을 해대는 백일해를 앓더니, 온몸에 붉은 열꽃이 번지는 수두까지 연달아 겪으며 핏덩이 같은 살점이 다 짓무르도록 앓아누웠습니다. 밤마다 마른기침을 토해내는 아이를 들러 업고, 뜬눈으로 하얗게 밤을 지새우던 날들이 셀 수도 없었습니다. 그 여린 숨결을 어떻게든 살려보겠다고 피눈물을 삼키던 중, 돌도 채 지나지 않은 젖먹이를 데리고 찾아간 대학병원에서 날벼락같은 소리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어린것의 귀에 염증이 심하니 당장 수술 날짜를 잡아야 한다며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의사의 메마른 한마디였습니다.
그 차갑고 기계적인 처방 앞에서 저와 남편은 억눌렀던 분통을 참지 못하고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목도 제대로 못 가누는 젖먹이한테 어떻게든 약으로 다스려볼 생각은 않고, 째고 꿰매는 칼부터 들이대려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라며 병원이 떠나가도록 거세게 따져 묻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쳐나왔습니다. 병원 문을 박차고 나온 뒤 밤낮으로 백수소문한 끝에 찾아간 경기도에 위치한 한의원에서 정성껏 지은 한약을 달여 먹이고, 조심스럽게 치료를 이어갔고, 기나긴 가슴앓이 끝에 아이의 귓속 염증이 씻은 듯이 가라앉는 기적 같은 순간을 마주했습니다. 세상이 정해놓은 메마른 방식에 고개 숙이지 않고 어머니라는 절박한 본능 하나로 아이를 지켜냈던 그 치열했던 싸움은, 정해진 세상의 틀이라는 단단한 알을 깨고 나와야만 했던 우리 가족의 혹독한 첫 번째 큰 고비였습니다.
출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 임상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영유아기 급성 질환을 마주한 보호자의 76% 이상이 권위적 진료 전달 체계에서 극심한 정서적 저항감과 공포를 경험하며, 부모의 주체적인 치료 대안 탐색과 적극적인 돌봄 개입이 환아의 면역 회복탄력성에 유의미한 긍정적 상관관계를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맹목적인 제도적 순응을 넘어선 보호자의 치열한 책임 의식이 생명 치유의 본질적인 기틀이 됨을 실증합니다.
참된 성장소설 속 부모의 집착을 내려놓다
헤르만 헤세는 고전 데미안을 통해 부모의 울타리 안에서만 살던 싱클레어가 어둡고 낯선 바깥세상으로 첫발을 내디디며 겪는 아픈 방황을 그려냅니다. 싱클레어는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반듯하고 착한 세상 너머에 도사린 거친 현실을 마주하며 마음속 깊은 혼란을 겪습니다. 그때 나타난 데미안은 남들의 눈치나 세상의 기준에 끌려다니지 않고, 제 마음속 깊은 소리를 따라 꿋꿋이 제 길을 가는 사람의 소중함을 일깨워줍니다. 아이를 그저 내 품 안에서만 곱게 감싸 키우려 했던 제 사랑 역시, 어쩌면 아이가 홀로 부딪쳐 이겨내야 할 세상의 모진 바람과 성장의 기회를 가로막는 또 다른 옹졸한 울타리였을지도 모른다는 서글픈 자각이 가슴을 찔러왔습니다.
돌도 안 된 어린것의 살을 째지 않으려고 의사에게 핏대를 세우며 품에 안고 뛰쳐나왔던 그 시절의 에미 사랑은 그때로선 가장 절박한 보살핌이었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그 모진 집착은 때때로 아이의 앞길을 옥죄는 무거운 짐이 되기도 했습니다. 세상의 찬바람 한 자락도 맞히지 않겠다는 에미의 안달복달에, 아이의 걸음걸음마다 사사건건 끼어들고 간섭하려 들었던 부끄러운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헤세가 말하는 참된 자람이란 부모의 품이라는 가장 아늑한 알을 스스로 깨고 나와 피투성이가 되면서까지 날갯짓을 배우는 고된 싸움인데, 나는 그 아픈 성장통마저 빼앗은 채 평생 내 치맛자락 밑에만 아이를 꽁꽁 묶어두려 했던 것은 아닌지 가만히 가슴을 쳐보게 됩니다.
출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의 청소년기 자아 정체감 형성 종단 연구에 따르면, 위기 상황에서 부모의 일방적인 개입과 결정에 과의존했던 자녀군은 성인이 된 이후 자아 탐색 및 독립적 문제 해결 능력이 대조군에 비해 42% 이상 저하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부모가 자신의 불안을 내려놓고 자녀의 독자적인 시행착오를 인정할 때 비로소 주체적인 인격체로 도약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깊은 자아성찰 끝에 마주한 온전한 비상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데미안의 이 유명한 문장을 가만히 입술로 읊조리며, 이제는 군대까지 무사히 마치고 제 앞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아들의 듬직한 뒷모습을 바라봅니다. 핏덩이 시절 병마와 싸우며 파랗게 질려 숨이 넘어가던 그 여린 생명이, 온갖 생채기를 딛고 스스로 단단한 뼈마디를 세워 세상의 비바람을 꿋꿋이 맞서내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말로 다 못 할 벅찬 감사와 눈물이 차오릅니다.
다만 저자의 깊은 울림 속에서도, 기존의 세상 규범과 가르침을 그저 깨부수어야 할 낡은 껍데기로만 몰아세우는 대목은 짙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자식이 알을 깨고 당당히 날아오르기까지 비바람을 온몸으로 막아주며 뼈를 깎았던 부모의 눈물겨운 헌신과 보살핌마저 한낱 털어내야 할 부질없는 찌꺼기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이제 어머니로서 제가 챙겨야 할 진짜 몫은 아이의 앞길에 놓인 돌부리를 안달복달하며 대신 치워주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 스스로 그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더라도 툭툭 털고 일어설 수 있도록, 그저 한 걸음 물러서서 든든한 믿음의 눈길을 보내주는 일입니다. 어린 시절 백일해와 수두를 악착같이 이겨내고 쓴 한약 한 사발의 고된 인내를 버텨냈던 그 질긴 뚝심이 있기에, 녀석은 이제 제힘으로 자신만의 너른 하늘을 당당히 날아오를 것입니다. 어머니의 조바심을 비워내고 자식의 걸음을 온전히 믿어줄 때, 아이는 남의 흉내가 아닌 오롯이 제 이름 석 자로 빛나는 눈부신 제 삶을 야무지게 일궈갈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소설 『데미안』에서 '알을 깨고 나온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부모나 사회가 주입한 안전하고 익숙한 가치관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에 깃든 고유한 목소리와 정체성을 찾아 고통을 감수하고 독립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Q. 자녀가 고통스러운 성장통이나 질병을 겪을 때 부모가 지녀야 할 바람직한 태도는 무엇인가요?
부모의 불안감으로 조급하게 통제하거나 섣부른 결정을 내리기보다, 아이의 생명력을 믿고 정서적 안전지대를 제공하며 차분하게 최선의 길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Q. 책에 등장하는 신 '아프락사스'는 어떤 상징성을 지니고 있나요?
단순히 도덕적이고 선한 면만을 강요하는 반쪽짜리 신이 아니라, 선과 악, 빛과 어둠이라는 인간 실존의 양면성을 모두 포용하는 온전한 통합적 인격을 상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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