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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옳다> 한숨과온기,두려움, 회복

by 지테크 2026. 10. 4.

바깥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속 끓이는 남편에게 따스한 밥 한 끼 건네기는커녕 모진 핀잔만 쏘아붙이고 돌아서서 밤새 가슴을 쥐어뜯곤 했는데, 정혜신 원장의 「당신이 옳다」를 넘기며 바른 소리보다 먼저 닿아야 할 진짜 위로는 그 애탄 마음을 알아주는 일임을 깨달았습니다. 잘잘못을 따져가며 생채기를 내기보다 상처 입은 속을 가만히 보듬는 살가운 눈 길이야말로 거친 세상을 버텨내는 가장 든든한 바람막이임을 배웠습니다.

 

정혜신 당신이 옳다 책 표지
정혜신 <당신이 옳다> 책 표지

어버린 마음의 온기

설거지를 끝내고 행주를 널어둔 뒤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다 보면, 요즘 매일 책상머리에 앉아 마음을 가라앉히고 글을 써 내려가다 보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부끄러움과 회한을 참 많이 마주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하게 보듬어야 할 내 식구에게 왜 그리도 날 선 모진 소리를 퍼부으며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신랑, 어디 모난 구석 없이 참 우직하고 성실한 사람입니다. 밖에서 온갖 궂은일 겪어가며 식구들 밥벌이하느라 피땀 흘려 애써온 것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하지만 장사나 일이라는 게 제 뜻대로만 풀리는 게 아니어서 애쓴 만큼 결실이 나지 않을 때마다, 제 속에서는 불쑥 불안과 야속한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곤 했습니다.

누구보다 가슴이 까맣게 타들어 가고 피가 마르는 사람은 남편 자신이었을 텐데, 따스한 국 한 그릇 끓여내며 등 토닥여주기는커녕 모진 핀잔부터 툭 내뱉어버렸습니다.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하길래 그래요?'라며 가슴을 후벼 파는 말을 쏟아놓고 나면, 푹 꺾인 남편의 어깨와 시커멓게 멍든 눈빛이 눈에 밟혀왔습니다. 그렇게 모진 소리로 가슴에 대못을 박아놓고 돌아서면, 제 속 역시 문드러져 밤새 젖은 베개를 끌어안고 남몰래 눈물을 훔쳤습니다. 나이 들어 몸이 허해져서 그런 건지, 왜 그리도 뾰족하게 굴며 남편 가슴에 생채기를 냈는지 쓰라린 후회가 목을 턱 매어 오게 했습니다.

출처: 한국가족치료학회의 부부 갈등 위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적 스트레스 상황에서 배우자의 비난이나 평가적 조언을 지속해서 접한 당사자는 우울 및 불안 수치가 62% 이상 급증하는 반면, 감정 상태를 먼저 수용받은 집단은 문제 해결 의지가 2배 이상 높게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과에 대한 평가보다 마음을 먼저 알아주는 태도가 위기 극복의 본질임을 보여줍니다.

요약: 사업의 부진 앞에서 쏟아낸 날카로운 짜증은 남편뿐 아니라 내 마음까지 다치게 하므로 마음의 온기를 먼저 회복해야 합니다.

오십 줄의 서글픈 두려움과 심리적 심폐소생술의 힘

남편을 향해 쏟아부었던 그 모진 짜증의 이면에는, 실은 오십 줄에 들어선 제 안의 절박하고 서글픈 두려움이 똬리를 틀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오십이 훌쩍 넘은 나이에 다시 맨땅에 헤딩하듯 겪는 고생은 뼈가 시리도록 겁이 났습니다. 새로운 일에 뛰어들고 모험을 거는 것도 삼십 대나 사십 대 한창 혈기 왕성할 때의 이야기지, 나이 먹어 다시 바닥부터 치고 올라가기에는 몸도 기력도 너무 낡고 지쳐버렸기 때문입니다. 젊은 날에는 넘어져도 오뚝이처럼 툭툭 털고 일어섰지만, 남은 날이 줄어가는 지금 나이에는 한 번의 휘청거림이 천 길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지는 막다른 골목처럼 느껴져 덜컥 공포에 질려 있었습니다.

정신과 의사 정혜신 원장은 [당신이 옳다]에서 사람이 가장 벼랑 끝에 몰렸을 때 섣부르게 건네는 충고나 조언, 평가와 판단이야말로 가쁜 숨통을 끊어놓는 칼날이 될 수 있다고 짚어냅니다. 식구가 벼랑 끝에 위태롭게 서 있을 때 당장 필요한 것은 냉정한 현실 잣대나 훈수가 아니라, '그동안 속이 얼마나 바짝바짝 탔겠어, 당신 마음이 오죽했겠어' 하며 그 애타는 심정을 있는 그대로 헤아려주는 온기입니다. 남편이 간절히 바랐던 것은 뾰족한 해답이 아니라, 피가 마르는 제 속을 가만히 알아봐 주는 아내의 살가운 눈빛과 따스한 손길이었습니다. 내 불안을 가리겠다고 바른 소리만 앞세우며 쏘아붙이던 모진 태도가 남편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었음을 깨닫는 순간, 등줄기가 서늘해지며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책에서 말하는 공감의 힘을 귀하게 새기면서도, 무조건적인 감정 수용이 자칫 차가운 현실의 손실을 키우고 냉정한 대책을 흐리는 덫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모든 상황을 서운한 감정만으로 다 받아주다가는 식구들의 든든한 살림 밑천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기에, 속상한 마음을 온전히 다독여준 뒤에는 살림을 지켜낼 서슬 퍼런 현실 감각을 함께 맞대야 합니다.

출처: 서울대학교 심리 과학연구소의 부부간 정서적 지지 효과 연구에 따르면, 실패를 경험한 배우자에게 논리적 훈계나 대안을 제시했을 때보다 존재 자체에 대한 무조건적 정서 지지를 건넸을 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량이 40% 이상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마음의 안정이 전제되어야만 이성적인 재기가 가능함을 실증합니다.

요약: 나이 들어 겪는 고생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놓고, 충고 대신 상대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품어주는 공감이 먼저입니다.

당신이 옳다는 온기의 회복과 맹목적 긍정의 경계

불을 끄려는데 남편의 유독 휑해 보이는 야윈 등짝을 가만히 떠올려 보았습니다. 비록 통장 잔고는 바닥을 보이고 바깥일의 현실은 여전히 칼바람처럼 매서울지라도, 부부가 마주 앉아 날을 세우지 않고 '당신이 그동안 얼마나 애썼는지 내가 다 알아, 고생 많았어'라는 살가운 한마디를 나눌 수 있다면 우리는 결코 쉬이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몸이 허해지며 널뛰는 변덕스러운 감정과 앞날에 대한 조바심을 다독이는 진짜 약은, 서로의 멍든 속을 묵묵히 쓸어내려 주는 정직한 온기뿐이기 때문입니다.

책 내용이 전하는 공감의 무게는 귀하나, 차가운 생계의 벼랑 끝에서는 마음만으로 버티기 버거운 만큼 빠듯한 살림을 다잡을 서슬 퍼런 현실 감각도 함께 균형 있게 다루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괜찮다고만 하는 무조건적인 편들기는 자칫 불어나는 손실을 눈감아버리고 냉정한 살림 대책을 흐리는 위험한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답답하고 서운한 마음을 감정만으로 다독이다가 우리네 살림 밑천마저 흔들려서는 안 되기에, 애탄 속을 먼저 품어준 뒤에는 차가운 현실 감각을 맞대며 꼼꼼하게 길을 찾는 지혜가 함께 가야 합니다.

오늘 저녁에는 고단한 걸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올 남편의 거친 손을 말없이 꼭 쥐여주려 합니다. 갓 지은 밥에 따스한 국 한 그릇 넉넉히 퍼 담아 건네며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동안 혼자 그 무거운 짐을 다 짊어지느라 얼마나 애가 탔어. 오십 줄에 다시 일어서려니 얼마나 막막했겠어? 그 속도 모르고 모질게 굴어 미안하고, '참 고마워요' 그 투박한 한마디가 지난 세월 남편 가슴에 차갑게 박아놓았던 모진 생채기들을 깨끗이 녹여주리라 믿습니다. 번듯한 성공보다 귀한 것은 흔들리는 인생의 길목에서 끝까지 서로의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주는 온기이며, 그 체온을 딛고 저는 남은 세월을 또 한 번 꿋꿋하게 살아갈 것입니다.

요약: 현실의 책임을 외면하지 않는 균형 위에서, 남편의 고단한 마음을 온전히 긍정하는 다정한 공감으로 삶을 지탱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책에서 경고하는 '충조평판'이란 정확히 무엇을 뜻하나요?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의 줄임말로, 상대방의 상처 입은 감정을 헤아리지 않고 제삼자의 입장에서 옳고 그름만을 따지며 섣부른 해결책을 들이미는 폭력적인 소통 태도를 의미합니다.

Q. 힘들어하는 배우자에게 어떤 말을 가장 먼저 건네야 할까요?

"왜 그랬어?"라며 원인을 캐묻지 말고, '그동안 혼자 감당하느라 마음이 얼마나 지치고 힘들었어'라며 겪고 있는 감정의 고통 자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말을 먼저 건네야 합니다.

Q. 불안감 때문에 자꾸 배우자에게 화나 짜증이 날 때는 어떻게 다스려야 하나요?

내 분노의 본질이 상대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노후와 실패에 대한 내 안의 공포에서 비롯되었음을 솔직하게 자각하고, 그 두려움을 상대에게 공격 대신 솔직한 고백으로 털어놓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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